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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군인아저씨의 잡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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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rss
2010/06/08 20:45
 지리산은 지지난해 개천절부터 가려했지만, 예약이 안되 못가고 아파서 못가고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이유로 못가다 이번에 겨우 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냐면 그것도 아니어서 예약하고 나서도 바쁘단 핑계로 늑장 부리다 며칠전에서야 부랴부랴 준비했다. 이전 여행들과 달리 외부 도움 없이 지내야하는 산행길이라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는데 등산화, 배낭, 코펠, 버너 등 온갖것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뭘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본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는데 여행 떠나는 당일까지도 준비에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어쨋거나 하고자 하는 모든것들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그렇게 생각하고) 집을 나서는 길. 뭔가 빠뜨린것이 분명 있을건데..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와서 무를수도 없으니 뭐.

 집을 나서서 역으로 향하는 밤거리, 이 불야성 회식의 거리에서 나는 무얼하는가. 여기저기 술에 쩔은 사람들이 널려있는 거리를 걷자니 무리에 속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 뻘쭘했다. 처음 매본 배낭도 무게의 균형이 안맞는지 어색하기만 하고, 급히 준비하느라 세팅을 제대로 못한 미라지도 불편했다. (적응 안되는 문자버튼) 영등포역에서 구례구역으로 향하는 기차에서는 가볍게 신용카드 잃어버려주시고.. 음. 안좋은 출발이다.


 역에서 터미널까지 버스비 천원. 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3200원. 빠릿하게 움직여야 서서 가지 않는다. 04:40 성삼재 도착. 영등포역에서 만나 같이 다니시자던 아저씨는 먼저 출발하셨는지 보이질 않았다. 생각보다 날씨가 차길래 준비한 점퍼부터 챙겨입었다. 하나둘 산에 드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나도 출발!


 40여분을 올라 도착한 노고단 대피소. 성삼재에서 올라온 사람들에 분위기가 소란스러워 아침은 터머널에서 사온 김밥으로 때우기로 했다. 다먹고 떠나려는 차에 같이 다니자던 아저씨 도착. 하지만 밥 먹는데 뻘쭘하게 기다리기가 뭣해서 먼저 출발했다. 산행은 본디 혼자 하는 것이지.(라고 배낭 처음 매본 산행초짜가 감히 이야기한다-_-) 이분은 앞으로도 산행길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속 마주치는 분이시다.


 여행운이 없는지 여행하면서 날이 맑았던 적이 별로 없다. 오늘도 역시나 구름 낀 흐린 날씨. 그나마 덥지 않고 시원은 하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노고단 돌탑에 자랑질 하고 있는 저 JH는 내가 아님. 나는 하트따위 쓰지 않는다.




바로 지난주 산행에서 하산길에 곰과 대면하고 다시 올라올수밖에 없었다는 후기를 읽고 난 터라 그림이 쉬이 지나쳐지지 않는다. 왠지 생동감 넘친단 말이지.


발 아래 깔린 구름과 축축하고 이름 모를 수풀로 이루어진 끝 없는 숲길..같은 것들은 지리산에서 일상이어서 나중에는 지루해진다. 계절이 다르면 좀 나을까? 심신이 피로해지면서 여유가 없어진 탓도 있을것이다.


임걸령샘. 잘은 모르지만 지리산에서 이 정도면 물이 콸콸콸콸 흘러내린다 봐도 될 것이다. 대피소 물탱크 아니면 얼마나들 쫄쫄쫄쫄 흘러주시는지.


사진을 못찍어서 구멍이 까맣지만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속이 텅 빈 나무.




노루목이었던가? 반야봉을 오를까 지나칠까 하다 언제 또 와보겠냐며 반야봉으로 향했다.




나만 그런건지 다리도 피로한데 이런 계단길을 만나면 은근히 짜증스럽다. 한발 한발 내딛는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다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산에 와서 계단이나 오르고 있자니 한심해서. 차라리 밧줄을 놔주지. 그럼 산이 망가지려나. 아무튼 계단 싫다.


얼핏 보면 잘꾸며지고 예뻐보이는 돌길이지만 산행 내내 이어지는 이런 돌길(과 이보다 더 험한 돌길)이 내 무릎과 발목, 발가락, 발등, 복숭아뼈를 아프게 했다. 처음 신어본 등산화 탓도 있겠지만..


반야봉 정상. 지리산 들기전에 관련 책도 찾아 읽었는데(이만큼이나 준비했다!) 책에서는 반야봉을 모성적인 포근함을 간직.. 운운했지만 그냥 싱거운 산행길이었다. 특별히 나쁜 것도 없었지만.


이미 아침을 먹었고 중간중간 초코바로 요기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상 정상에 올라오니 배가 고팠다. 간단히 햇반과 3분요리를 해먹기로 하고, 새로 산 코펠과 버너로 취식..하고 싶었으나 10분 넘게 끓여봐도 햇반은 익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라면을 꺼내 다시 끓였는데 이건 또 너무 빨리 익어버려서 라면이 불었다. 거기에 익히지 못한 햇반을 추가로 넣으니 우동이 되어가는 라면.. 이렇게 첫 끼는 망했다. 이 와중에 어떤 아저씨는 버너로 캔커피 데워달라 하시고.. 그래도 배고프니 꾸역꾸역 다 들어가긴 하더라. -_- 먹고나서 휴지로 닦아 내고 물티슈로 한 번 더 닦아내고 정리하니 한시간은 지난 듯 부랴부랴 내려왔다.



지리산에 묻힌 누군가의 무덤.


삼도를 낳은 봉우리에서 전북, 경남, 전남 도민이 같은 서로 마주보며 천지인 하나됨을 기리다.


짙푸른 안개 속에 있자니 어디서 산신령이라도 나올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화개재 가는 길에 끝없이 이어진(듯한 느낌이 드는) 계단. 역으로 종주했으면 이 길을 다 올라야 한단 말이지. 또 오더라도 역종주는 생각치 않기로 했다.


얼핏 에일리언이 연상되는.. 사진으론 표현이 잘 안되는데 아무튼 좀 흉물스럽게 생긴 나무다.


잠시 충전중. 적막한 가운데 새소리만 간간히 들려오는 산 길에 앉아 쉬고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반야봉 오르면서부터 스틱을 꺼내 사용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지옥같았던 하산길에 스틱 없었으면 그대로 골로 갈 뻔..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 연하천 오는 길에 만났던, 초짜임에도 혼자 지리산 종주하는게 기특하다며 밥 같이 먹자 하셨던 일행분들이 감사하게도 불러주셔서 밥을 얻어먹었다. 걸음이 느려 뒤쳐지고 늦게 도착했는데 기다려주시기까지 하신데다가, 평소 자취방에서도 먹기 힘든 훌륭한 반찬에 돼지갈비에 후식으로 누룽지에 커피까지..ㅠㅠ 드릴게 없어 스팸쪼가리 내미는 손 길이 어찌나 초라하던지. 어쨋든 따뜻한 밥으로 배를 채우고나니 지친 몸은 단숨에 회복되었다. 원래 주는데로 먹고 끼니만 때우면 되지..하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이렇게 원기충천 되고나니 초코바따위로 극복되지 않는 열량 이상의 무엇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게다가 걸음도 느린데 정리는 우리가 할테니 먼저 출발하라고 등 떠밀어주시기까지 하시니.. 그렇게 고마운 마음을 안고 가려는데 처음에 같아 다니자던 분과 만나 뭐 그리 급하냐며 같이 가시자고 하셔서 결국 밥주님;; 일행분들보다 늦게 출발. -_-



 

왼쪽은 밥주님 일행 대장님, 오른쪽 아래는 같이 다니시자던 분, 위 두분은 같이 다니시자던 분과 같이 다니시게 된 두 분. 벽소령-장터목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같다보니 길 가다보면 또 보게 되고 이야기 나누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무한 반복. 사실 이런 종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건 또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 되었다.


높고 큰 바위.


같이 다니자는 분과 새로이 같이 다니시기로 했던 두 분은 늦으셔서 같이 다니자는 분이랑만 같이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 분 빠르시다. 원래 노고단에서 연하천까진 굉장히 느리게 움직이시는 것 같았는데.. 나도 돼지갈비 얻어먹고 만땅으로 충전된 상태라 따라가는건 어렵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사진을 간간히 찍다보니 이렇게 사진 찍고 후다닥 쫓아가고 사진 찍고 후다닥 쫒아가고.. 역시 무한 반복. 벽소령 가는 길도 많이 험했는데 이 때 무릎이 부담이 많이 갔을 것이다. 당장은 몰랐지만..

벽소령 가는 길 사진 더 보기



5시30분쯤 벽소령 대피소 도착. 두 시간 조금 넘게 걸려 도착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 쉴 수 있다! 배낭 내려놓자 마자 당장 등산화부터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대피소 신발장을 봐도 슬리퍼는 나밖에 없었는데 다들 등산화가 너무 익숙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리도 편한 것을.. :) 같이 오신 분과 밥을 해먹기로 하고, 물 뜨러 한참 내려가서 물 받아오고, 말로만 듣던 팩소주 마시는 모습 구경도 하고, 옆 자리 부부일행분들 아웅다웅 다투시는 모습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이번에는 제대로 익힌 햇반에 라면도 끓어먹고, 따뜻한 믹스커피도 한 잔 마셔주고, 먼저 오신 밥주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대피소 예약도 확인하고, 짐도 풀고 등등 이것저것 하고나서는 바로 잠들었다. 8시 땡하면 다들 골아떨어진다는 말은 정녕 거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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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 2010/08/12 12: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혼자서 했었는데..^^
3일동안 하다보니 한번 만난분들은 계속 만나게 되더라구요.ㅎㅎ
등산도식후경 | 2010/12/18 07: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래도 산에서 불조심은 예방부터인거 같아요. 저도 산에 갈 땐 간단히 요기할 것만 챙겨가거든요... 요즘 여기(산림청 http://greencafeblog.kr)서 산불예방 캠페인하고 있는데... 한명한명 더 자각해갈 때 티비에서 산불뉴슨 좀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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